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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도시와 쓰레기통, 모두를 위한 밝은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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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도시와 쓰레기통, 모두를 위한 밝은 미래 

* 이 원고는 2016년 12월 29일 개최된 아시아 로컬리티 (Asia Locality) 포럼 & 전시에서 발표된 원고입니다.

삶의 형태가 되어 가는 기술

아마도 이 글을 읽으시는 분 중에는 ‘스마트 시티’와 ‘스마트 쓰레기통’이라는 것을 처음 들어본 분도 있을 거 같습니다. 아니 그 이전에 ‘도시 재생과 환경’에 대해 이야기 하는데 왜 환경과 크게 관련되어 보이지 않는 ‘IoT(인터넷 사물)와 도시’라는 기술에 대한 이야기를 할까라는 의문도 있을 거 같습니다. 앞에서는 이 부분에 대해 먼저 짚고 넘어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아시아 로컬리티> 행사 소개에서 밝히고 있듯 도시 재생의 문제에서 환경적 문제는 많이 간과되어 왔습니다. 혹은 환경적 논의가 있다 하더라도 도시 자연 혹은 도시 농업 등의 가치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렇게 환경적 전환에 대한 미진한 접근에 더해 그것이 기술의 문제로 넘어가면 더더욱 담론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이미 ‘IoT 시범 마을’등의 정책으로도 알 수 있듯 ‘인터넷 사물’과 같은 기술적 인공물을 통한 ‘도시 문제 해결’이라는 정책은 이미 진행되고 있습니다. 다만 토론이 활발하지 않은 것에는 소위 혁신 기술이라는 것이 특정한 장벽으로 작동하는 문제와 함께, 도시에 대해 여러 층위가 같이 토론되어야 함에도 기술 분야는 분리되어 다루어지는 것에 이유가 있지 않을까 합니다.

하지만 도시 재생의 공론적 측면은 문화 예술에 대한 접근 뿐 아니라 자연권으로서의 환경과 함께 기술권(Technosphere)으로의 환경에 대해서도 비평적으로 다루어야 합니다. 즉 기술권을 도시에 대한 사유에서 중요한 한 축으로 불러들일 때가 되었다는 것에 동의를 구하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기술이라는 것 자체가 삶의 형태 그 자체가 되어 가고 있으니까요.

스마트 시티 송도

스마트 시티에 관련된 기술은 고용을 창출할 것이고

시민들은 좀 더 생산적이 될 것이며 삶은 더욱 효율적이 될 것이다

Technology around a smart city will create jobs,

citizens will become more productive, life will be more efficient.

– ITU 국제 전기 통신 연합

디지털 문명을 대리하는 단어로 ‘스마트’라는 단어를 빼놓기 어려울 것입니다. 이 단어는 정보기술 사회의 도시 비전을 담은 ‘스마트 시티’라는 담론으로도 스며들어 있죠. 지하철 인천 1호선을 타고 가다보면 역명에서 흥미로운 지명의 경관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동춘’, ‘동막’으로 이어지던 역명이 어느 순간 ‘테크노파크, ‘센트럴파크’, ‘지식정보단지’로 변화합니다. 이 흥미로운 역명들은 ‘송도’라는 새로운 도시가 어떠한 가치를 참조하고 있는지를 슬쩍 드러냅니다.

스마트 시티는 기본적으로 도시의 인간, 인공물을 포함해 여러 행위자의 흐름을 감지하는 센서와 그 데이터들이 서로 교환되는 네트워크 망, 그리고 그것들을 모아 분석하고 확인하는 앱과 컨트롤 센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이는 보다 효율적인 도시 문제 해결을 목적으로 합니다. 이 스마트 도시들은 시스코, IBM, 지멘스와 같은 기술 기업들이 패러다임을 주도하며 세계 곳곳에서 인간의 역사나 기억이 아직 없는 ‘불모지’에 건설되고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불모지는 원래는 갯벌이었고, 비인간들의 터전이였기도 하지요. 그러나 이 이야기를 시작하면 너무나 원론으로 돌아갈 수 있으니 이쯤 해야 할 거 같습니다) 어쨌든 이 스마트 시티들은 사물인터넷 기반의 네트워크와 인프라로 도시의 교통, 쓰레기, 에너지 문제를 효율적으로 관리해 보다 나은 도시 경험을 선사하는 것에 목적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도시가 생긴 이래 인간이 계속적으로 업데이트 해온 도시 유토피아의 최근 버전이라고 할 수도 있겠군요.

스마트 쓰레기통 

사물인터넷(IoT)을 이용한 ‘스마트 쓰레기통’.

서대문구는 올해 초부터 지난달까지 연희로와 연세로 등 주요 상권의 쓰레기통 76개에

스마트 시스템을 구축했다.

쓰레기통 내부의 쓰레기 양과 화재 발생 여부 등을 자동으로 감지해 전송하는 시스템이다. 

-2016년 4월 18일 동아일보 

이 ‘스마트 시티’ 를 살펴보면 도시 계획의 차원에서도, 전자 자작 문화의 차원에서도 동시에 나타나는 흥미로운 사물이 있습니다. 그것은 IoT 기능을 갖춘 ‘스마트 쓰레기통’입니다. 이 쓰레기통은 개개인이 쓰레기를 버리는 습관을 바꿔보겠다는 계몽성부터, 쓰레기를 ‘스마트’하게 다루어 도시 문제를 관리하자는 기술 해결적 접근까지, ‘스마트’함이 가지는 여러 가치와 면모를 추적해 볼 수 있는 메타적인 사물이기도 합니다. 또한 스마트 시티의 비전과 특성을 압축적으로 담은 사물이라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어쨌든 이러한 ‘똑똑한’ 기술들의 망 속에 도시는 새롭게 구성되고 있습니다.(스마트 시티가 아니라고 하더라도_ 이미 신촌, 서울대 입구역, 신림역, 북촌 한옥마을등이 IoT 시범 마을로 지정되어 이러한 스마트 쓰레기통을 갖춘 곳이 되었습니다. 이런 스마트 쓰레기통은 센서 카메라로 쓰레기의 양을 측정해 통을 비우는 동선을 효율적으로 하는 모델부터 쓰레기를 아예 압축하여 쓰레기 용량을 확장할 수 있는 모델 등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대부분은 전자의 모델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언메이크 랩은 올 10월에 열린 도시 개입에 대한 전시 <마이크로시티 랩>과 연결해 이 ‘스마트 쓰레기통’에 대한 리서치를 진행했습니다. 물론 그 리서치는 이러한 사물들을 그저 비판적으로 보기 위한 목적이 아니었음에도 리서치 이후 우리는 여러 가지 우려스런 질문에 휩싸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특히 신촌 지역의 스마트 쓰레기통은 여러 가지 생각이 들게 했습니다.

‘신촌과 같은 대형 쓰레기가 많이 나오는 곳에서 왜 기존과 똑같은 디자인의

스마트 쓰레기통을 설치해야 할까’

‘쓰레기통의 위치가 그냥 돌면서 치우면 훨씬 빠른 거리인데 굳이 이런 위치에 설치를 해야 할까?’

(이 문제는 청소부 아저씨에게도 여쭤 봤었습니다. ‘돌면서 치우면 돼서 특별히 앱을 보지 않는다‘고

대답해 주시더군)

‘꽤 많은 세금이 들어가야 하는 사업인데 그 세금으로 다른 방법을 찾을 수는 없을까?

거기다 기술의 발전과 고장등으로 인한 유지 관리 비용은 지속적인데 이러한 방식 말고는 없을까?

세금의 문제부터 기술의 젠더적 측면, 공공디자인, 노동, 기술의 속성까지 그야말로 쓰레기통 하나 리서치 하다가 너무 많은 질문들을 맞닥뜨리게 되었습니다. (어떤 의미로는 우리가 똑똑해지게 유도하고 있으니 스마트 쓰레기통이라고 할 수도 있겠군요)

사실 이러한 질문들 외에도 도시에서 IoT 사물들이 우리의 활동 데이터를 받아들임으로서 생길 수 있는 정보인권의 문제로 까지 확장한다면 이는 더욱 여러 가지 층위로 펼쳐지게 됩니다. 2012년에 런던에 설치되어 언론의 각광을 받다 보행자들의 정보를 추적하는 것으로 드러나 엄청난 비판에 직면한 Renew 같은 스마트 쓰레기통에 대한 예에서 볼 수 있듯이요. (이 문제 역시 너무 방만한 논의가 될 수 있으니 이 글에서는 줄이도록 하겠습니다)

앱 매개적 도시

이러한 스마트 쓰레기통은 도시 자체가 이미 과밀하고 스마트 시티처럼 거대 기술 인프라스트럭쳐를 구성할 수 없는 (구)도시들에 정보기술사회의 도시 비전을 담고 시도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도 자체를 나무랄 수는 없을 것입니다. 너무나 복잡다단해 지고 있는 도시의 에너지, 교통, 쓰레기 등의 문제를 지금까지와 같은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오히려 무지할 수 있을테니까요. (물론 이러한 IoT기기들이 만들어 내는 디지털 쓰레기 문제는 또 다른 문제이긴 합니다만)

또한 이러한 문제들은 도시의 복합적 생기를 만들겠다는 ‘도시 재생’의 문제와 연결해서도 무척 중요한 문제입니다. 문화예술적 접근, 생태환경적 접근만으로 도시의 재생을 이야기하는 것은 앞으로 우리의 삶에 큰 영향을 끼칠 정보기술적 도시와 그 속에서 우리가 살아가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중요한 질문을 누락시키는 결과를 가지고 올테니까요. 또한 효율적 ‘스마트함’에만 기대는 접근은 오히려 많은 것들을 기술로 해결할 수 있다는 ‘기술 해결주의적 발상’으로 귀결될 확률이 높아질 수 있을 겁니다. 도시의 생기라는 것은 모두들 알다시피 이러한 광대역 통신망, 데이터 분석, 앱 매개적 효율 등의 기술적 해결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니까요.

그렇다면 여기에서 중요한 질문이 다시 생깁니다. 우리가 살면서 실제 구성해야 할 ‘사회-기술적 경험’이란 것들은 IoT 기기들과 광대역 통신망, 센서를 통한 효율 이상 무엇이 있을까요? 혹은 이러한 밝은 미래를 약속하는 혁신 기술들을 모두 검토해 보고 나서 오히려 그것을 더 뛰어넘는 구 기술(혹은 사용 기술 1)을 찾아낼 수는 없을까요. 이것이 우리에게 현재 중요한 질문입니다.

언메이크 랩은 위와 같은 질문을 하며 제작 워크숍과 리서치 보고회를 열고 zine을 발간하였습니다만 사실 지금으로는 위의 질문에 답하거나 대안을 제시하기에는 어렵습니다. 한 가지 명확한 것은 도시의 문제에 대해 더 폭넓은 정보기술적 담론이 있어야 한다는 것과 그를 위해 실제 기술적 매커니즘의 연결고리를 잘 알고 있는 이들을 참여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IoT마을’과 같은 정책이 실행이 될 때 그것을 단지 ‘테크기업 – 행정’의 거버넌스에 맡겨 두면 안된다는 것입니다.

정보기술 사회는 도시를 구성하는 방식 자체에 큰 변화를 가지고 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정말로 똑똑하던 바보 같던 간에 ‘스마트한 시도’는 앞으로 보편적이 될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기술적 해결’에 대한 기대에서 출발하기 보다는 정말로 지속적으로 만들어가야 할 도시의 생기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물어야 합니다. 혹은 그 보다 더 나은 관점과 질문을 만들어 기술적으로 구성되는 도시에 투영해 보아야 합니다. 


1. 과학기술에 대한 미래지향적 기존의 관점을 털어내는 기술사를 저술해온 데이비드 에저턴의 책 <낡고 오래된 것들의 세계사> 원제 The Shock of the Old에 나오는 표현이다. 이 용어를 통해 그는 혁신과 새로운 미래를 약속하는 기술이 아닌, 주목 받지 못하고 낡고 오래된 사물과 기술을 통해 다른 관점의 기술사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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