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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동맹과 알고리즘 @ 따듯한 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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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근태 6주기 추모전 따듯한 밥상 @ 보안여관

2017년 12월 9일(토) – 12월 29일(금)
통의동 보안여관(서울 종로구 효자로 33)

전시기획 : 박계리(홍익대학교 융합예술연구센터 연구교수), 김병민(김근태재단 기획위원)
참여작가 : 김월식, 노란Re-born 共作所, 리슨투더시티, 신동호, 양아치, 언메이크랩, 이미경, 이부록, 이아람, 임민욱, 임옥상, 정정엽

 

이중도시의 구름 영상이미지 컷 (1)

이중도시의 구름 영상이미지 컷 (2)  

이중도시의 구름 영상이미지 컷 (4)

이중도시의 구름 / 영상 / 4분 30초 /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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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맹과 알고리즘 / 컬러출력 / 108페이지 / 2017
 


동맹과 알고리즘

언메이크랩 Unmake Lab
 

가산 등대, 판교 등대 그러는데 게임회사 건물은 사실 다 등대예요. 밤새도록 안 꺼지거든요. 자살하고 그러면서 야근 금지 시키고 그런다지만 등대가 쉽게 꺼지는 게 아니잖아요? 크런치 모드라고 있어요. 제품 출시 전이나 업데이트 하는 시기인데 엄청 쪼여요. 이게 하루 이틀이 아니라 몇 개월씩 가요. IT가 스마트, 첨단 그러지만 사실 엄청 노동집약적 이예요. 구로 공단요? 여기 나이든 사람이 없어요. 가산디지털단지역이 가리봉역 이었는지도 거의 모를걸요? 회사 근처 살면서 집-회사만 오가며 사는 친구들도 되게 많아요. 제 친구는 한 3.5평 하는 원룸에 사는데, 그런 원룸이 한 층에 8개씩, 8층짜리인 건물이예요. 한 건물에 64채니 엄청 많죠? (웃음) 이 업계가 노조가 안 만들어지는 분야예요. 구조는 제조업인데 첨단 IT라고 하니까 노동자라고 생각하지도 않고, 문제가 생기면 공동으로 행동하기도 하는데 조직적으로 만들어지지는 않아요. 팀별로만 움직이고 사람이 계속 갈리니까 한 회사에 있어도 서로 모르는 사람도 많고. 재밌는 건 야근을 많이 해서 그런지 불륜 소문이 많아요. 업계에서 쓰는 블라인드라는 앱이 있거든요? 거기에 익명 얘기들이 많이 올라오는데 불륜 얘기가 그렇게 많아요 (웃음)

(2017년 8월 구로디지털단지 게임 개발자 인터뷰 재구성)

 

부산이 고향인 C는 90년대 중반 무렵, 가족을 떠나 서울 가리봉동의 이모집에서 지냈다. 이모는 가리봉동에서 ’벌집방’을 운영하는 건물주였다고 한다. 그 골목은 벌집들이 양쪽으로 촘촘히 들어선 골목이었고, 한 벌집 건물은 늘상 열려있는 문에도 불구하고 마치 독립된 영토와 같았다고 한다. 안으로 들어가면 좁은 복도를 끼고 3평 정도 되는 벌집방들이 한 층에 열집 가까이, 3층에 걸쳐 들어차 있었고, 늘 오래된 시장통 같은 냄새가 떠돌았다고 한다. 방의 안을 들여다보지는 않았지만 얇은 베니어 합판 방문들이 마치 떠다니는 보풀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구로공단 노동자들의 거주 공간이었던 그곳은 당시는 가출한 10대 청소년들의 주거지였고 신산스런 분위기의 골목을 타고 폭행이나 성폭력 소문이 잊을만하면 떠돌았다고 한다. 가리봉역에서 내려 술 취한 여자가 골목에 나와 가슴을 내어놓고 긴 머리를 빗는 비현실적인 풍경을 바라보며 집을 향했던 기억을 전하는 그녀와 함께 최근 그곳을 찾았다. 그녀는 약간 황망한 표정으로 이곳저곳을 짚고 다녔다. 예전에 살았던 벌집촌의 방향을 전혀 모르겠다고 했다. 가리봉역이었던 가산디지털단지 역 주변이 너무 바뀌어 있어 방향 자체를 가늠하지 못하는 거 같았다. 우리는 구로공단1단지, 2단지, 3단지, 수출의 다리를 건너 걸어 다녔다. 벌집방은 거의 사라져 있었고, 그나마 구로 시장을 중심으로 얼마간 남은 그 공간들은 중국 동포들이 몸을 기탁하는 공간으로 변해있었다. 여전한 신산스러운 분위기가 만국기와 함께 생뚱하게 어울렸다.

1964년 국가수출산업단지 계획의 일환으로 조성된 구로공단은 한국 근대화와 경제발전의 과정 뿐 아니라 노동운동의 역사, 여공이라고 불리던 여성들의 삶과 노동을 조명할 수 있는 상징적 의미를 갖는 지역이었다. 2000년대 들어 산업 구조의 변화와 함께 ‘서울디지털국가산업단지(G밸리)‘로 바뀌면서 정보기술, 미디어 산업을 중심으로 ’굴뚝 없는 공장‘이 자리를 잡아갔다. 이 도시 뿐 아니라 전국의 국가산업공단들은 제조업에서의 신산업 중심의 재편이 차곡차곡 진행되었고, 지명 역시 그것에 맞추어 ‘00디지털단지’ ‘00스마트허브’ 등으로 바뀌었다. 구로공단 역시 가발과 미싱. 납땜으로 대표되던 제조업 공장들은 게임 등 신산업을 설계하는 벤처 기업의 아파트형 공장으로, 여공들의 주거지였던 벌집은 원룸의 형태로, 다방은 프렌차이즈 카페로 바뀌었다. 80년대의 노동사와 노동쟁의가 일어났던 회사들 역시 패션 아울렛으로, 스타벅스 벽돌에 새겨진 이름으로, 혹은 바늘 조형물과 같은 것으로 남겨졌다.

‘구로공단’에서 ‘구로디지털단지’라는 개명이 압축적으로 보여주듯, 디지털 산업의 새로운 이미지와 상징이 지금의 구로를 보는 우리의 시선이다. 즉 이 두 도시는 지리적으로는 한 도시이지만 산업적 패러다임의 변화에 따라 급격하게 재개발되면서 역사는 기억되지 못하는 이음새 없는 개별의 도시이기도 했다. 이 도시는 같은 곳이지만 전혀 다른 장소성을 가진 곳이 되어 새로운 국가 정책과 수출 전략의 프로그래밍 속에서 공간을 재편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시간의 켜와 맥락, 인과 관계는 사라져도 엇비슷한 것들이 새로운 옷을 입고 이전의 시대와 공명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부당한 노동시간에 시달리는 게임 노동자들의 압박과 포괄 임금제는 이 도시를 프로그래밍하는 노동의 알고리즘이 여전함을 보여주는 듯 했고, 긴 복도를 따라 조밀하게 들어선 작은 원룸 빌라들은 벌집방의 속성을 간직한 업그레이드 버전 같았다. 그리고 그럼에도 모든 것들은 나아져 보였고 보다 말하기 어렵게 세련되고 유연해 보였다.
 

“수출산업시범공장 지대로 시내 영등포구 구로동에 있는 시유지와 군용지를 주선할 것이니 모범촌락을 건설토록 하라.”
(재일교포수출상품 전시회에서 박정희 전대통령의 훈시, 1963년 7월11일 <동아일보>)
 

우리는 박정희 전대통령이 남겼다는 저 훈시를 발견했을 때, 그 시간을 넘어서는 초월성에 잠시 숙연해지기 까지 했다. 우리는 이 도시에 작동하는 프로그램이 저 훈시에 모두 들어있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 국가적 훈시의 알고리즘은 시간을 관통하여 한 도시에 지속적으로 뿌려지고 있었고 일거에 모든 것을 해소해 버리는 ‘데우스 엑스 마키나’와 같은 초월적 목소리로 작동하고 있었다. 우리는 이러한 목소리를 재현하고 싶었다. 구로 디지털 단지 및 가산 디지털 단지 일대에서 촬영한 <이중 도시의 구름>은 이러한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우리의 삶과 공간 정치에 작동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퍼포먼스이기도 했다. 근대 산업 사회의 초월적 목소리는 정보기술사회의 구름 공장(cloud factory)을 움직이는 목소리로 치환되어 데이터처럼 떠돌며 지금의 시공간에 다양한 형태로 파생되고 있음을 드러내 보이고 싶었다. 우리는 ‘구름(풍선)’을 들고 공단 운동장이었던 곳을, 가리봉 오거리 였던 곳을, 대우어패럴이었던 곳을 걸었고, 몇몇 공간에서는 카메라를 달아 높이 구름을 띄웠다. 구름은 둥실둥실 기우뚱거리며 이 도시를 촬영했고, 목소리를 뿌렸다. 그리고 우리는 이 풍선을 터트리고, 그 구름 안의 헬륨 가스를 들이마시며 목소리를 변조했다. 이것은 해체의 의도 보다는 뿌리 깊은 ‘사회적 프로그래밍’에 대한 블랙 유머에 가까운 반문이었다.

이러한 행위는 이 도시에 남아 있는 옛 도시를 상징하는 바늘, 굴뚝 등의 조형물들이 무엇을 기억하고 있는지를 묻는 것이기도 했다. 그 조형물들은 마치 기념함으로써 오히려 역사를 기억하지 않으려는 방식에 더 가까워 보였다. 그것은 마치 이미지 검색 알고리즘이 그 이미지의 시간적, 역사적, 공간적 맥락은 알지 못한 채 색채, 조형, 연산화 된 감정을 기반으로 기묘하게 통찰하는 듯 혹은 완전히 배반하는 이미지들을 찾아주는 것과 무척 비슷해 보였다. 우리는 퍼포먼스의 과정에서 찍은 사진과, 구름이 찍은 사진, 그리고 구로노동자생활체험관 ‘금천 순이의 집’에서 촬영한 사진, 구로동맹파업의 기록 필름들에서 이미지를 뽑아내고 그것들을 구글 이미지 검색 알고리즘에 통과시켰다. 이 사진들에 대해 구글 이미지 알고리즘이 찾아주는 유사 이미지는 늘 아이러니하게도 지금 우리가 한 도시를, 노동을 기억하고 (삭제하고) 사유하는 방식에 대한 알레고리 같아 보였다. 우리는 이를 통해 우리는 과거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고, 무엇을 보려고 하고 기념하려고 하는지, 언제나 ‘번영’을 약속하는 국가적 노동, 공간 정치는 우리에게 어떻게 작동하는지, 스스로에게 물어 보고 싶었다.

아니. 사실은 아니다. 밥은 가득 남아있지만 찬은 형편없는 지난 노동자의 식판을 검색 알고리즘은 반짝이는 스텐 식기의 패턴을 통해 신형 스마트폰의 이미지로 연결시켜 주었다. 너무나 즉물적인 알고리즘의 반응에 우리는 우리의 얕은 의도를 간파당한 듯 해 오히려 더 당혹감을 느껴야 할 정도였다. 이미지 검색 알고리즘은 산업사회 – 정보기술사회를 각각 상징하는 이 두 도시의 변치 않는 내밀한 패턴을 매번 허를 찌르는 방식으로 드러내었고, 우리는 오히려 너무 적확한 그 이미지들에 당혹감을 느끼면서 그 이미지들을 수습했다. 그리고 어느 것이 원 이미지인지, 어느 것이 검색 이미지인지 알 수 없는 방식으로 병렬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사실 우리는 당신들이 이것에서 무엇을 발견하게 될지, 무엇을 생각하게 될지는 각자에게 내재된 동맹의 감각에 기댈 수 밖에 없을 거 같다.

우리는 C와 헤어지며 이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 시대가 지나면 ‘수출의 여인상’ 다음에는 무엇이 이 시대를 기념하며 세워질까요?”
“글쎄요…아마도 아무것도 세워지지 않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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