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1
loading2

[전시] 평범한 장치@잠금해제

category

Exhibition

author


평범한 장치 Banality of Things

단일 보드 미니 컴퓨터, 터치 디스플레이, 모터, 나무, 프로세싱, 2019

 

건너편 본관과 대조적으로 식당은 시선이 걸릴 곳 없이 통유리로 쾌적하게 트여 있었다. 대공분실 식당은 아마 당시에도 이곳에서 벌어지던 야만과 상관없이 일상이 흘러가는 공간이었을 것이다. 식당에는 있는 힘을 다해 잠궈도 여전히 물이 떨어지는 낡은 파이프가 있었다. 일상이 지배하는, 평범했을 공간에서 마주한 물의 누수는 오히려 반대편 본관이 가지고 있는 공포와 억압, 죽음으로서 물의 이미지를 강하게 상기시켰다. 또한 이 물은 평범한 일상성과 악이 분리되어 있어 작동하던 이질적인 두 세계를 하나로 이어 생각하게 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그 물은 이곳에서 고초를 겪은 이들의 증언에 드러나는 좌절감을 상기하게 하는 물이기도 했다. 잔혹한 야만를 수행하던 순간에도 ‘군대 간 아들 걱정, 박봉에 대한 불평, 대학 진학을 앞둔 자녀 문제를 화제로 대화를 나누던 그들’의 소시민적 평범함을 대면하며 느꼈을 좌절감 말이다.

누수되는 파이프 아래에 반복적인 운동을 수행하는 기계 장치를 배치하였다. 그 장치는 떨어지는 물을 받아 증폭된 물의 소리를 발생시킨다. 이 장치는 가장 이질적인 두 공간을 악의 평범함 속으로 연결 짓는 장치이기도 하다. 한편으로는 반복적 운동과 증폭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아무것도 드러내지 않는 장치이기도 하다. 한나 아렌트의 말처럼 우리는 ‘악’을 사고하려는 순간 실패하고 만다. 왜냐하면 ‘그것은 텅 비어있기 때문’이다.


기획 : 김상규

참여작가 : 잭슨홍, 정이삭, 언메이크랩, 백승우, 김영철, 진달래&박우혁, 홍진훤, 일상의실천
장소 : 민주인권기념관 (전 대공분실)
일정 : 2019년 6월 10일-9월 29일

 

newsletter